코이케 류노스케의 ‘버리고 사는 연습’

 ‘버리고 사는 연습’의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는 일본의 승려다. 한국의 승려와는 다르게 산간의 절에서 생활하

는 것이 아니라 도쿄 시내 중심부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승려생활을 한다. 한국에도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

도 존재하던 대처승이 바로 일본의 승려들과 같은 부류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은 결혼도 가능하고 재산을 소유하

거나 경제활동도 할 수 있는 등 한국의 출가 승려들과는 다르게 좀 더 일반인과 유사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책의 머리에서 속세를 떠나 철저한 무소유를 통한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이나 물건을 소유하는 것,

그와 관련된 생각의 잡음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하였다.

 

소유로 인한 괴로움 

 누구나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자신의 방을 바라보며 마음이 혼잡해지고 정리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만 같은 경험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마도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사

람을 고단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제시한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람의 기억 속에 각인되고 생각

의 소음을 일으킨다. 이런 저런 물건을 소유하면 그것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이 유발되게 되고 혹여 물건을 잃

어버리거나 망가뜨리기라도 한다면 집착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음에 고통과 상처가 수반되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무의식에 각인된 주식에 대한 생각이 튀

어나와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주식이 오르건 떨어지건 그 생각으로부터 심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비단 물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직업, 학력, 지위, 심지어 인간관계마저도 소유물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은 새롭고 더 나은 것들, 돋보이는 물건이나 인간관계들을 소유하게 되면 잠깐이나마 안심이 된다

고 느끼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일수록 소유가 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소유물들은

생각의 소음을 일으키고 머리 속에 안개가 끼듯 명석한 사고를 방해하여 마음이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소

원한 일이 되어만 간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들인 물건이 새

로운 불안을 낳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높이 평가해주고 더 존중

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며 이는

마음의 혼란과 생각의 소음만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유에 대한 욕망 

기독교에서 인간은 원죄(Sin)를 지어 괴로운 존재라고 말하듯 불교의 핵심교리인 사성제(四聖諦)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괴로움 속에서 살게 되는데 이는 집착을 통해서 유발되는 것이라 하였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불안’ 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행복지수 그래프를 연장한 듯한 위의 그래프에서처럼, 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생기는 잠시간의 쾌락이란 한때의 욕망으로 필요치 않은 물건을 샀다는 자책감, 내 것

이 되고 난 뒤 이어지는 흥미의 급격한 소실, 무리하게 사들인 물건 뒤에 따라오는 경제적 압박 등

으로 오히려 물건을 소유한 뒤에 수반되는 괴로움만 더 커진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또

다른 소유물로 눈을 돌려 이를 만회하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괴로움만 증폭시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

기한다. ‘우리가 갖고 싶었던 물건 또는 지위를 손에 넣고 나서 느끼는 쾌락은 사실은 괴로움이 잠깐

동안 사라지는 순간일 뿐 실제로는 마음이 즐겁다고 왜곡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신용카드 돌려막기’ 를 하듯 새로운 쾌락을 만들어 불안을 틀어막아보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괴

로움은 줄어들기는커녕 몸집을 불릴 뿐이다. 증가된 괴로움은 갈수록 더 큰 자극을 요하게 되고 괴로움의 낙

차가 클수록 쾌락도 커지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10만원 짜리 가방으로도 좋았지만 욕망

은 점점 커져 500만원, 1000만원 짜리 가방을 원하고, 갖고 싶다는 욕망의 고뇌 속으로 자신도 모르

게 빠져들다가 나아가서는 20억도 넘는 장인의 가방에까지 욕심이 생긴다. 이는 비단 물건만이 아니

라 좋은 직장 또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인간관계에 까지도 해당된다’. 이런 식의 실현되기 어려운 욕구는

괴로움을 수반하다가 해결될 때는 큰 쾌감을 주기 때문에 습관처럼 더 큰 고통을 향해 점점 나아가면서도 그것

이 즐거움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결국 우리는 원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고통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불안과 고통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물건을 소유한다’ ‘사람을 소유한다’

‘지위를 소유한다’ 등의 욕망에서 발을 빼는 것이라고 저술한다.

 

불안을 버리고 사는 연습 

 ‘제행무상(諸行無常)’ 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라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는 불교의 핵심이론 중

하나다. 그와 비슷한 사자성어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인생무상(人生無常)’ 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덧없음

을 빗대어 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사자성어지만 사실 그 뜻을 풀어보면 ‘인생이란 늘 같을 수 없다’ 즉 ‘인생이

란 늘 변하고 있다’ 라는 말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 받고 존중 받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지위는 늘 똑같을

수 없고 그마저도 남들의 평가에 좌지우지 된다면 자신의 가치는 늘 불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집이나 물건

을 소유하지 못한 것 때문에 괴로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까? 그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라고 생각하는 걱정으로부터 괴로움이 생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뿌리깊은 괴로움의 근원은 결국 그러한 생각이 ‘나 자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가?’ 라는 생각으로 귀결되면서

자기 평가를 하게 될 때 더 큰 괴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안티스테네스는 사람들이 그를 찬양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내가 뭘 잘못했지?” 라고 반응했다.’ 

‘소크라테스는 길거리에서 모욕을 당한 후 한 행인이 그렇게 욕을 먹고도 괜찮냐고 묻자,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나를 걷어찼다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라고 대답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남들이 우리를 보는 눈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질책이 무조건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제시하는 비합리적이고도 변덕스러운

기준으로 자신의 지위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철학적 이성으로 판단기준을 재구성하여 남들이 하는

말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구성된 판단기준을 적용해보면, ‘어떤 사람은 부당

하게 모욕을 당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부당하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불의를 꿰뚫어보게 되

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나 존경 없이도 사랑 받을 만한 존재라는 신념을 고수할 수 있게 된

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하찮은 일임을 지적하며 ‘지적인 염

세주의’의 표본이 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라는 것, 그들의 시야

가 편협하다는 것, 그들의 감정이 찌질하다는 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

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행복의 매커니즘을 제시하면서 그 중 집중을 통한 정신통일에 대해서 언급한다. 우리가 어

떤 즐거운 놀이나 중요한 업무에 빠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무

아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일의 능률도 향상 될 뿐 더러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유한 물건, 인간관계 중 더러는 쓸데 없이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잡으며 일상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

는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집중력이 흩어진 일상은 일에서 능률도 떨어지고 정말 소중한 사람들 속에서도 깊

은 인간관계를 나누기가 어렵게 된다. 저자는 과감하게 집이던 사무실이던 쓸모 없이 보관하고 있는 물건들을

버리기를 권유한다. 또한 불안한 마음을 쾌락으로 채우기 위한 소비도 멈추길 권유한다. 그가 책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필요리스트와 욕망리스트를 작성하여 단순히 욕망을 채우기 위한 소비는 자제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분

하여 소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철저한 무소유가 아닌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책 소개를 마치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려 한다. 우리가 돈을 벌고 좋은 물건을 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종교를 가지고 나

눔을 실천하는 모든 행위의 근본에는 행복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바탕이 된다. 그런 면에서 각자가 행복

한 상태를 규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결국 불안으로부터 해방된 상태가 가장 행복한 상태가 아닐

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맴돈다는 소식과 반면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인 부탄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라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은 반드시 좋은 환경에서 호위호식 하는 것만

이 우리를 행복하게, 즉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는 없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사회, ‘속물근성’ 이 팽배되어 있는 이 사회에서 자신이 사랑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건 높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오른다는 것과 동등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남

들 보다 더 나은 소유물이나 상류층 인맥 등 지위의 상징들에 집착하게 되고 소유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는 과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으며 괴로움의

낙차는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마치 근본적인 병인은 알지도 못한 채 대증요법만으로 증상을 덮어두고 내

부의 병을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행복해지기 위한 여러 가지 해법을 나름대로 익혀

가겠지만 예고도 없이 찾아 드는 불안한 마음으로 괴로움을 느낄 때마다 새로운 괴로움을 생산하기보다는 불안

의 원인이 무엇인가 차근차근 되짚어 나가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하며 2권의 책 소개를 마친다.